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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의 삶

세 가지 유형의 기독교 세계관

기독교 세계관 운동 2.0을 위하여

by 김경호2022-10-26

모던과 포스트모던의 시대를 거쳐, 기독교 세계관은 세 가지 유형으로 나타나게 되면서, 세계관을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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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세계관 운동 2.0 위하여

서울기독교세계관연구원(SIEW)과 함께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섭니다.

세계관의 정의, 시작, 체계화. 세계관이란 이성이 아니라 전제presupposition로부터 사고하는 방식입니다. 그 전제의 자리에는 각 사람이 자신의 사회로부터 타당성을 부여받거나 전통으로부터 무의식적이며 암묵적으로 인식한 신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세계관이란 세상을 전제의 자리에서 바라보는 헌신된 인식의 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혁주의 진영은 19세기 프랑스 혁명, 다윈주의, 범신론이라는 세속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세계관적 사고 유형을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세계관은 원래 1970년 임마누엘 칸트의 <판단력 비판>에서, 직관을 의미하는 “벨트안샤웅”Weltanschauung이라는 단어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세계관은 그 이후 독일의 지성인들에게 유행되었고, 영어권에서는 최초로 1858년 “월드뷰”world-view라는 단어로 표기되었습니다. 1905년 이후, 세계관을 체계적으로 정립한 사람은 빌헬름 딜타이Wilhelm Dilthey입니다. 단순히 직관을 의미했던 세계관 개념이 딜타이를 통해 체계화되어 “전제로부터의 사고하는 방식”으로 공식화되었습니다. 이로써, 기독교 진영은 세속주의에 대항할 수 있는 이론적 도구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딜타이 이후, 니체(상대적), 비트게슈타인(언어), 그리고 푸코(권력)를 통해 세계관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었습니다. 


그 이후 모던과 포스트모던의 시대를 거쳐, 기독교 세계관은 세 가지 유형으로 나타나게 되면서, 세계관을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 주권적 세계관(모던), 삶의 통합점 회복을 위한 세계관(모던), 그리고 내러티브 세계관(포스트모던)입니다. 


유형 1. 먼저, 하나님 주권적 세계관의 흐름은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로부터 시작되었고, 헤르만 도예베르트Herman Dooyeweerd, 알버트 월터스Albert Wolters로 이어졌습니다. 카이퍼는 하나님의 주권이 창조질서로부터 문화명령을 통해 각 영역별로 구현되고, 각 영역은 그 자체의 고유한 원리를 가진다는 영역주권sphere-sovereignty을 제시했습니다. 그렇게 구현된 각 영역이란 정치, 학문, 예술, 가정, 국가 등으로 나타난 각각의 사회 영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카이퍼는 영역주권이 개인주권이나 국가주권보다 우선한다고 강조하면서, 기독교 세계관에 입각한 사회론을 고안해 내었습니다. 


그 이후에, 헤르만 도예베르트는 영역주권을 더 체계화했습니다. 그것은 양상영역, 개체영역, 그리고 사회영역입니다. 양상영역이란 모든 영역의 가장 기초가 되는 영역입니다. 구체적으로 아래로부터 위의 순서로 수, 공간, 운동, 물리, 생명, 심리, 분석, 역사, 언어, 사회, 미, 법, 경제, 윤리, 신앙으로 나타나는 영역입니다. 이 양상영역은 하위 단계에서부터 상위 단계로 발전하는 형태입니다. 양상영역의 특징은 다른 어떤 것으로 환원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경제라는 영역이 미술이라는 영역을 대체하여 미술을 경제적 관점으로 환원한다면, 여기에 “-이즘”ism이라는 우상숭배가 발생하게 됩니다. 개체영역은 양상영역의 상위 단계입니다. 개체영역에는 식물, 동물, 인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영역은 양상-개체 영역을 토대로 구현된 사회의 각 영역입니다. 이 영역은 결혼, 가족, 회사, 교회, 국가로 구성됩니다. 


알버트 월터스는 기독교 세계관의 목적이 하나님께 전 삶의 영역에서 순종하고자 하는 데 있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기독교 세계관의 목적 이면에는 순종을 방해하는 이원론의 문제가 있습니다. 기존의 현실은 이원론의 문제로 인해, 우리의 순종이 교회와 사적 영역에만 국한되는 ‘부분적인 순종’일 뿐이었습니다. 여기서 ‘이원론’dualism이란 타락과 구속의 ‘방향’을 창조와 같은 실체로 바꾸어 세상을 대립하는 두 가지의 ‘구조’로 보는 것입니다. 이런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세상은 악하고 교회는 선하다”라는 성-속 이원론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반면에 우리가 창조를 기본 구조로, 타락과 구속을 방향으로, 올바르게 이해한다면, 교회와 세상을 분리하지 않고 통합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유형 2. 세계관의 두 번째 형태는 삶의 통합점 회복을 위한 세계관입니다. 이 유형은 프란시스 쉐퍼Francis Schaeffer로부터 시작되었고, 제임스 사이어James W. Sire, 낸시 피어시Nancy Pearcey로 이어졌습니다. 


쉐퍼는 진리관의 변화에 주목했습니다. 과거의 진리는 절대적인 것이어서 하나가 맞으면 다른 하나는 틀린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러나 헤겔의 정-반-합이라는 도식을 통해 진리관이 절대적 진리에서 상대적 진리로 바뀌었습니다. 쉐퍼는 이것을 “절망의 문”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 이후 키르케고르에 의해 “절망의 선”이 그어지면서, 위의 신앙과 아래의 합리성이 이분법적으로 나누어져, “신앙과 합리성이 분리된 진리”가 되어버렸습니다. 따라서 현대의 진리관은 더 이상 하나님을 진리로, 또한 삶의 통합점으로 여기지 않게 되었습니다. 결국 세계는 하나님께 닫혀 있고, 합리성은 신앙과 분리되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합리성과 신앙의 분리는 철학에서부터 시작하여, 예술, 음악, 일반문화, 신학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각 영역에서 진리와 삶의 통합점이 되시는 하나님을 거부한 결과로, 우리는 무신론이 우세한 세계 속에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사이어는 쉐퍼의 세계관을 현대 사상에 적용하여 더 세밀하게 적용했습니다.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현대 사상은 유신론에서부터 시작하여 이신론, 자연주의(유물론), 허무주의, 유신론적 실존주의, 무신론적 실존주의, 그리고 현대의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이어졌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유신론은 이신론을 거쳐, 자연주의가 되었고, 이 자연주의는 허무주의로 귀결되었습니다. 그 이후 허무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유신론적 실존주의와 무신론적 실존주의가 나타났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 열린 세계―유신론, 이신론―가 점차 하나님께 닫힌 세계―자연주의, 허무주의, 실존주의, 포스트모던―로 기울어져 갔습니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입니다. 


피어시는 쉐퍼의 세계관을 현대 사회에 나타난 가치/사실, 사적/공적 이분법이라는 두 도식을 통해 적용했습니다. 이 도식은 주도권이 이미 세속주의로 넘어간 현실로부터 시작됩니다. 이미 주도권을 가진 하나님께 닫혀 있는 사람들이 가치와 사실의 영역 가운데,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가치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사실의 영역에서는 활동하는 것은 금지하고, 사적 영역에서 활동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공적 영역에서는 활동하고 발언하는 것은 금지하는 한에서, 그 활동을 허용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현재 우리에게 일어난 일입니다. 한스 로크마커Hans R. Rookmaaker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자기반성의 차원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세계가 무신론적으로 된 것은 무신론자들이 설교를 열심히 설교했기 때문이 아니라 일을 열심히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 깨달아야 합니다. 


유형 3. 세계관의 마지막 세 번째 형태는 내러티브 세계관입니다. 이 유형은 리차드 미들톤Richard Middleton과 브라이언 왈쉬Brian J. Walsh, 그리고 마이클 고힌Michael W. Goheen과 크레이그 바르톨로뮤Craig Bartholomew를 통해 나타난 세계관 유형입니다. 


먼저 미들톤과 왈쉬는 명제성보다 이야기, 즉 내러티브를 통한 세계관이 포스트모던의 시대에 적합하다고 보았습니다. 미들톤과 왈쉬가 사용한 내러티브는, 창조주-메타내러티브, 출애굽-뿌리 내러티브, 그리고 보다 작은 소단위의 이야기들입니다. 창조주-메타내러티브가 보편성을 표현한다면, 출애굽-뿌리 내러티브는 정체성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소단위의 이야기들은 폭력과 테러의 희생자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 형태의 내러티브가 가지는 전략은 창조주-메타내러티브가 보편성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할 때, 출애굽-뿌리내러티브가 그 교정책이 될 수 있고, 출애굽-뿌리내러티브가 정체성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할 때, 소단위의 이야기가가 약자에 대한 테러에 항거하는 교정책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미들톤과 왈쉬의 내러티브 전략은 성경을 진리로 언급하기보다 하나의 이야기로 봄으로써, 포스트모던의 전제에 더 가까워졌다는 것입니다. 결국 성경관에 있어서, 미들톤과 왈쉬는 톰 라이트Nicholas Thomas Wright의 성경관을 전격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성경은 어떤 규칙서도 영원힌 진리의 저장고도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교리와 내러티브의 관계는 배타적이지 않고, 내러티브가 일차적이고 교리가 이차적인 관계 안에서, 상호작용함으로써, 새로운 차원의 해석과 발전이 이루어진다고 보아야 합니다. 


고힌과 바르톨로뮤는 선교적 대면Missionary Encounter이라는 개념을 통해, 성경 이야기와 진보 이야기를 대립시켜, 비판적 참여의 길을 탐구했습니다. 역사적으로 성경 이야기는 창조-타락-구속-완성으로 이어졌습니다. 반면에 진보 이야기는 고백적 인본주의(그리스)로부터 시작하여, 18세기 진보라는 지배적인 세계관으로 발전하고, 지금은 세계화를 통해 계속해서 주도권을 장악한 상황입니다. 본래 성경 이야기의 주도권 상실은 종교개혁과 르네상스 간의 경쟁에서, 과학혁명의 결과를 종교개혁 진영이 부정함으로써 일어난 결과였습니다. 당시 종교개혁 진영의 수장인 마르틴 루터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아냥거리며 외면했다. “본래 그런 것 아니겠나. 누구든지 똑똑해지려면 남들이 중시하는 것들을 하나도 수긍해서는 안 되고 뭔가 튀는 일을 해야 하거든, 이 친구도 천문학을 몽땅 뒤짚고 싶어서 그런 거겠지… 나는 성경을 믿네. 여호수아는 지구가 아니라 태양에게 정지명령을 내렸거든.” 고힌과 바르톨로뮤는 선교적 대면이라는 전략을 통해 성경 이야기와 진보 이야기를 잘 대조 시켜, 성경 이야기에 충실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자면, 성경이 아니라 성경의 “이야기”와 “선교” 개념만 사용한 점은 치명적인 결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힌과 바르톨로뮤의 성경관에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두 공저자는 성경을 선교의 “기록”이나 선교를 위한 “도구”로만 보았습니다. 또한 공저자는 성경을 그 자체의 권위로 인정하지 않고, 더 나아가 선교를 성경보다 위에 두고, 모든 것을 “선교화”했습니다. 그것은 선교적 대면, 선교적 대화, 선교적 소통, 선교적 자세, 선교적 교회, 선교적 소명, 선교적 실천, 선교적 논리 등입니다. 그러나 존 스토트John R. W. Stott는 교회의 관점에서 선교만이 아니라 예배, 양육, 교제, 선교라는 네 가지의 측면이 균형 있게 상호작용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상의 세 가지 유형의 기독교 세계관을 간략하게나마 살펴보았습니다. 우선, 카이퍼식 세계관은 하나님의 주권을 중심으로 구현된 각 고유한 영역들의 주권을 강조하는 세계관이었습니다. 쉐퍼식 세계관은 삶의 통합점이신 하나님을 준거점으로 삼아 신앙과 합리성이 연결되어야 한다는 세계관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내러티브 세계관은 포스트모던의 시대에 맞게 명제가 아니라 이야기의 크기에 따라 폭력에 맞서거나(미들톤과 왈쉬), 아니면 선교적 대면에 따라 대립시켜 비판적 참여의 길을 모색하는(고힌과 바르톨로뮤) 세계관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기독교 세계관이 다양하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점은 그 다양성이 성경의 기준에 적합한 다양성이 되어야 합니다. 이성, 이야기, 경험, 전통 등은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의 권위 아래 자신의 고유하고 적합한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왕을 위하여!

우리는 기독교 세계관이 다양하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점은 그 다양성이 성경의 기준에 적합한 다양성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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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경호

김경호 목사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M.Div.) 논문 “세 가지 유형의 개혁주의 세계관 연구”로 박사 학위(Ph.D.)를 받았다. 연구단체 Worldview & Work를 설립하여 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0년부터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국내외에서 세계관 교육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