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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플터치 & 큐티

기본을 지키며 갈고 닦다

4월 28일 와플 QT_주말칼럼

2024-04-28
주말칼럼 - 기본을 지키며 갈고 닦다

이타미 준의 작품은 제주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흔히 이타미 ‘제주 시리즈’라고 알려진 작품에는 포도호텔, 수풍석미술관, 두손미술관과 방주교회가 있습니다. 대부도 아일랜드 리조트 안에 있는 ‘아일랜드 교회’, 서울에 있는 ‘각인의 탑’ 역

시 그의 작품입니다.


이타미 준은 돌과 바람 그리고 물과 같은 자연의 요소를 바탕으로 건축을 구현했습니다. 이타미 준이 건축가로서 활동을 시작하던 시기는 일본 경제가 한창 성장하던 때입니다. 그 당시 많은 건축가는 새로운 기술과 신소재로 건축을 시도했습니다. 1970-80년대 일본의 건축계에는 유리와 철을 사용한 실용적인 건축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반면에 이타미 준은 토착 재료를 사용해 그 땅에 퇴적된 오래된 역사를 반영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건물이 가져야 할 실용적인 측면과 함께 그 건물이 위치한 지역, 땅, 자연환경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생각한 것입니다.


이타미 준은 사물과 공간, 인간의 관계 등 본질에 대한 이해를 깊이 추구했습니다. 건축가로서 그가 보여준 독창성은 어쩌면 재일 교포 2세라는 출생에서 비롯됐는지도 모릅니다. 유동룡이라는 본명을 가진 그는 일본에서 재일 한국인으로 살면서 근원에 대한 문제를 끊임없이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건축에도 반영되었을 것입니다.


이타미 준은 건축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세계 건축가 시리즈-이타미 준〉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무기체와 같은 건축이 유행하고 효율만 중시한 나머지 건축물을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곧바로 파괴하고 신축합니다. 그러나 건축에 대한 나의 목표는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이나 로마의 판테온과 같이 폐허가 되더라도 가치를 지니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먼 미래를 구상할 수 있는 미적 감각이 있어야 합니다. 또 건축가로서 조형에 대한 엄숙함과 인간과 자연이 길러 온 역사에 대한 인식과 깊이를 소중히 간직해야 합니다. 흙과 나무, 돌과 바람 그리고 불은 자연 그 자체이며 원초적인 소재이기도 하고 순박한 표정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시간의 흐름에 순응하면서 뛰어난 내구성과 따스함이 있습니다.”


이타미 준은 스케치와 드로잉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그 사람의 드로잉을 보면 어느 정도로 우수한 건축가인지 디자이너인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스케치 한 장과 드로잉 한 장이 하나로 완성될 건축 도면 백 장보다 귀중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그의 철학에서 얻는 교훈은 ‘기본’에 대한 강조입니다. ‘드로잉이라는 기본으로 돌아갈 때 그리고 그 기본, 즉 본질에 충실할 때 우리가 추구하는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축구 선수 호날두는 축구 천재라 불리며 자기 분야에서 확실히 성공했고 더 이룰 게 없는 선수입니다. 그런 그도 기본에 충실히 하고자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는 지독한 연습벌레입니다. 훈련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가장 늦게 떠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루니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호날두는 훈련이 끝나도 남아서 프리킥, 헤딩, 중거리 슛을 연습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런 남다른 노력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썼습니다.


재능을 꽃피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능 그 자체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기본을 치열하게 갈고 닦는 성실성입니다. 요즘 세상은 결과물만 중요시해서 기본을 무시하는 일이 많습니다. 결과가 크고 화려하며 이목을 끌면 기본은 어겨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기본’입니다. 기본을 어긴 결과물은 잠깐은 이목을 끌지 몰라도 오래 갈 수 없습니다.


요즘 청소년 중에는 다재다능한 친구들이 많습니다. 공교육을 거부하고 일찌감치 자신의 길을 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공부 열심히 해라,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라’와 같은 말이 청소년들이 듣기에 얼마나 지루하고 고루한지 잘 압니다.


하지만 이것은 다르게 말하면 ‘기본에 충실하라’라는 조언입니다. 기본을 충실하게 다져놓은 사람은 어디 가서 무슨 일을 해도 잘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기본의 중요성을 잊지 말길 바랍니다.





작성자 : 김요한 목사 (함께하는교회)

출처 : 맛있는 QT 문화예술 매거진 <와플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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